우연, 소망 그리고 필연성

      [밑줄]에 갈무리함     2008. 6. 18. 00:37      

나는 그 무렵 독특한 피난처를 발견했다. 이른바 우연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원래 그런 우연이라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무엇이 절대 필요한 사람이 자기가 필요했던 무엇을 발견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우연이 그것을 그에게 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주는 것이다. 그 자신의 소망과 필연성이 그곳으로 그를 인도해 간 것이다.

[데미안] 헤르만 헷세 / 홍경호 역 / 범우사 / 범우사르비아문고판



우연히
칠, 팔 년 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카리 신지의 모습을 보면서 "데미안"의 에밀 싱클레어가 떠 올랐다.

책장 구석에서 꺼내든 누렇게 바랜 문고판 책에서는 코끝을 자극하는 캐캐한 먼지가 인다.

사춘기시절 어지럽게 그어놓은 밑줄들 사이 한 구절에서 시선이 멈춘다.

피난처.
신지의 끊임없이 돌아가는 카세트 플레이어와 연결된 이어폰.
나의 직사각형 프레임 속에 가두어 놓은 혼자만의 여행들.

그것은 피난처가 아니라 소망이다.

결국 그니가 나의 피난처일까?
가이낙스는 단순한 오타쿠의 집단일지도 모른다.
그니는 에바부인일지도, 베아트리체일지도 단순히 피곤에 찌든 레지던트 4년차일지도 모른다.

나는
막스 데미안일지도,
에밀 싱클레어일지도,
이카리 신지일지도
라고 망상만 하는 빛바랜 사춘기의 굴 속에 갖힌

짐승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어둡다.

그런데 필연성은...??

아직은 진행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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