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다. 이 강물에 떨어진 것들, 나뭇잎이며 곤충, 새의 깃털들은 모두 돌로 변해서 강바닥에 가라앉는다고 전설은 말한다. 내 마음을 갈가리 찢을 수 있다면, 그래서 흐르는 강물에 내던질 수만 있다면...... 이 고통과 그리움은 끝나고, 마침내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으련만.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다. 겨울바람은 뺨 위를 흐르는 내 눈물을 얼렸고, 얼음처럼 강물 속으로 떨어진 눈물은 나를 두고 강물과 함께 흘러갔다. 눈물은 이 강이 다른 강과 만나는 곳, 그리고 그 강이 다시 또다른 강과 만나는 곳, 내 마음과 눈이 미치지 못하는 머나먼 곳, 마침내 바다과 만나는 곳까지 흘러가리라.
      내 눈물은 너무 멀리 흘러가, 내 사랑은 어느 날 내가 그를 위해 울었음을 알지 못하리라. 내 눈물은 너무 멀리 흘러가, 그리하여 나는 강과 수도원, 피레네 산맥의 성당과 안개,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들을 모두 잊게 되리라.
      꿈속의 그 길들과 산, 그리고 평원들을 잊으리라. 내 것이었으나 내 것인 줄 몰랐던 꿈들을.
      마법의 순간을 기억한다. '예' 혹은 '아니오'라는 한마디가 한 사람의 생을 영원히 바꿀 수 있는 그 순간을, 그 순간들은 이제 아득히 먼 옛일처럼 느껴지지만, 내가 사랑하던 이를 되찾아 그를 다시 잃은 것은 단지 일주일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피에트라 강가 둑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손은 꽁꽁 얼었고, 다리엔 쥐가 났다. 매순간, 쓰기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는 말했다.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해. 추억은 나이 든 자들의 몫이야."
      어쩌면 사랑은 주어진 시간이 다하기도 전에 우릴 늙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젊음이 이미 다했을 때 다시 젊게 하는 것인지도. 그러나 지금, 어떻게 내가 그 순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게 바로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인 것을. 이 슬픔을 향수로, 고독을 추억으로 바꾸기 위해서. 내가 쉴 곳을 마련해주었던 여인이 말한 대로, 이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나는 이걸 저 피에트라 강에 던져버릴 수 있으리라. 물은 불로 씌어진 것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성인들이 말했으니.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문학동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에서


점점 새로운 책을 찾기보다는 예전의 느낌, 예전의 구절을 다시 찾게 된다. 그러다 보니 책도 완독을 하기 보다는 원하는 부분만을 찾아 읽거나, 딱 원하는 느낌을 찾으면 읽기를 그만두는 이상한 책읽기 버릇이 들어 버렸다.

[피에트라...]를 다시 펼친 이유는 바로 이 첫 구절때문이었다.
그 어느 책의 첫 구절도 이렇게 매혹적인 흡인력으로 빨아들인 적이 없었다.

사랑이 끝났음을 먼저 이야기하며 시작하는 사랑이야기.
그 이야기의 시작을 코엘료는 그 특유의 몽환적인 서정성으로 산문임에도 시적 울림으로 퍼져나가도록 한다. 그래서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의 사랑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격정적이지 않고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필라의 뒤를 따르도록 해주고 있다.

결국 마지막에 다시 만나는 피에트라 강은 필라가 아닌 내 자신의 불로 씌어진 모든 것을 차가운 바람에 날려 강물 깊이 가라앉히고 싶어지도록 만든다.

아니 그 차갑다는 피에트라 강물에 내 심장을 깊이 담구었다가 꺼내놓고 싶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다. 이 강물에 떨어진 것들, 나뭇잎이며 곤충, 새의 깃털들은 모두 돌로 변해서 강바닥에 가라앉는다고 전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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