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노을을 보다
고속도로 너머로 하늘이 넓게 보이는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일을하다 저녁시간이 되면 부지런히 사무실 뒷문으로 나갔습니다.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고속도로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면 하루종일 답답했던 마음도 그 노을 속으로 사그라지는 듯했습니다.
가끔은 어린왕자마냥 의자만 살짝 뒤로 돌려 마흔네번의 저녁노을을 보고 싶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은 노을 빛을 빌려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곤 했습니다.
고속도로 너머의 그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가끔씩 저녁노을은 볼 수 있었습다.
그러나 게을러서 일까요? 아침노을은 참 보기 어렵더군요.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날은 많지만, 저녁 노을마냥 하늘을 붉게 태우는 아침노을은 제 기억에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아침노을을 만났습니다.
밤을 내리 달려 도착한 우포, 아직 너무 어두워 어느 곳이 늪이고, 어느 곳이 논인지도 구별할 수 없는 깜깜한 밤. 좁은 봉고에 포개어 앉아 어둠이 빨리 가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서히 명암이 구분되는 새벽이 되고 우리는 차갑고 상쾌한 새벽 공기를 가슴깊이 들이 마시며 우포 주변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밤새 하늘엔 구름이 끼어 있었기에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은 포기를 한 새벽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깊은 분홍빛으로 물들더군요.
떠오르는 태양 주변만을 붉게 물들인 하늘이 아닌, 온 하늘을 분홍색으로 물들인 노을.
저녁노을처럼 시나브로 감겨올라오다 천천히 어둠이 스며드는 노을이 아닌, 순식간에 붉게 물들고 또다시 순식간에 파란 아침의 여명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리는 노을.
우포에서 만난 아침노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가버렸습니다.
그 후로 한달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포의 그 어떤 풍경보다 그 짧았던 아침노을이 제 마음 속에 물들어 있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노을이라 더욱더 붙잡아 두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짧은 추억이 더욱 오랫동안 몸살을 앓게 하듯이 말입니다.